소설가 김이구씨(39)가 첫 작품집 "사랑으로 만든 집" (솔 간)을
내놓았다.

등단 9년만에 선보인 이 소설집에는 "꿀맛" "붉은 수수밭" 등 김씨가
80년대 초반부터 써온 단편 12편이 실려있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난 변두리 인생.

사표를 던지고 세태를 냉소하며 경마장을 찾는 샐러리맨이나 글을 못쓰는
출판사 직원, 대책위원회와 함께 해고문제로 고민하는 지식인 노동자,
전세방을 전전하는 가장, 간신히 집을 마련하고 노래방에서 행복해하는
가족, 길거리의 약장수 등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닫힌 공간에서의 희망찾기, 혹은 어둠으로부터
출구를 모색하는 길을 제시한다.

소설속의 삶은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지하실 방이나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버스안, 북새통을 이룬 아파트분양
신청구가 이들의 삶터다.

지하철 승차권조차 "각진 모서리가 몹시 날카로워서 양 손가락으로
힘주어 누르면 살갗을 파고들어 툭 피를 터뜨릴 듯"한 불안요소로
인식된다.

작가는 이같은 소시민들의 현실인식이 사회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그저 사회속에 편입된 단순 존재가 아니며,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적 열망이 사실은 세상의 틀을 확대시키려는
집단의지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내부로부터의 모험을 시도하는 힘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

문학평론가 정과리씨 (충남대 교수)는 해설에서 "개인과 사회의 환원,
그 혼란의 극단에서 또다른 성찰을 대면하게 된다"며 "아주 긴 수련을 거쳐
탄탄한 솜씨를 지닌 작가의 기량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58년 충남 예산 태생으로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씨는 88년 "문학의
시대"에 단편 "성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돼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창작과비평사 편집부장을 맡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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