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축년을 맞아 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마련된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사비나 (734-4371)는 6~26일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소를 미술품속에서 재음미해볼 수 있는
기획전을 연다.

소는 우직하고 끈기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민족의 정서와 유사해
오래전부터 민화등 그림의 소재로 다뤄져 왔다.

현대미술에서도 꾸준하게 다뤄져 왔지만 기계문명의 발달로 소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그 의미는 매우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추세.

현대미술에서는 대체로 소를 통해 고향에 대한 추억을 환기시키려는
경향과 소의 이미지를 빌어 농촌의 현실문제를 고발하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가는 모두 12명.

박성환 이영수 황영성 이홍원씨 등은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작가들로 인간과 소의 친화관계를 노래했다.

이종구 황용진 황순칠 박충의 조강훈 안창홍 김봉준씨 등은 소의 모습을
통해 최근의 농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전시작중 박성환씨의 "귀향"은 우마차를 끌고가는 소의 모습을 질박한
붓질과 따사로운 색감으로 그려내 고향에 대한 강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작품.

또 황영성씨의 "소이야기"는 나지막한 초가집과 숲이 어우러진 고향
마을을 지키는 소등 농촌의 단편적 이미지들을 평면으로 재구성, 평화로운
정경을 그렸다.

이밖에 민중작가 이종구씨는 분노하는 듯하면서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소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묘사, 실의에 빠진 농민들의
심경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