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 3사의 새해 연휴 (1~2일)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영화가
많이 편성된 가운데 홍콩영화가 유난히 활개를 쳤다.

똑같은 시간대에 영화를 편성, 방송사간 시청률 대결 양상도 보였다.

1~2일 KBS1.2, MBC, SBS 등 4개 채널이 방영한 영화는 모두 27편.

하루 방송시간중 평균 30%를 훨씬 넘는 분량을 영화에 할애한 셈이다.

이중 홍콩영화는 모두 7편이 방영돼 6편의 한국영화보다 오히려 많았다.

특히 홍콩스타 이연걸 장국영 임청하 등이 주연한 영화가 각각 2편씩
소개돼 이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시청률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값싼 홍콩영화도 섞여 신년특집 구색갖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줬다.

방송사의 시청률경쟁은 같은 시간대에 영화를 편성하는 것에서도
나타났다.

KBS와 MBC는 낮 12시대, 오후 3시대, 밤 10시대 등 황금시간대에 맞춰
영화를 편성,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줄였다.

양방송사는 낮 12시대에 한국영화를 상영했으며 오후 3시대에는 홍콩영화,
밤 10시대에는 할리우드영화를 천편일률적으로 내보냈다.

영화의 재탕 삼탕도 많아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한 것도 예년과 별반
다른게 없었다.

특히 두달전에 SBS가 방영한 홍콩영화 "이연걸의 보디가드"를 KBS1TV가
방송하는 이례적인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이가운데 KBS1TV가 마련한 "댁의 딸, 우리 아들" (1일 오후 9시50분),
SBS의 "불타는 노을" (1일 오후 9시25분) 등 잔잔한 가족애를 다룬 특집
드라마가 영화홍수속에서 신년 특집의 무게를 실었으며, KBS1의 "미의 궁전
에르미타주", SBS의 "남극 눈나라 이야기" 등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도
이채로웠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