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시리즈가 3월께 200종을 돌파한다.

우직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한국 전통문화를 국내외에 소개하는
외길을 걸어온 대원사는 정추년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출판사다.

남다른 소망과 각오로 97년을 시작하는 장세우 도서출판대원사
대표(48)를 만났다.

"빛깔있는 책들과 함께 영글어가는 대원사의 97년은 생각만 해도
뿌듯합니다.

외교관이셨던 선친 (장상문)께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해외에 제대로
소개할 책자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88년 출판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처음
펴낸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가 드디어 200종을 넘어서게 됐으니까요.

애초에 계획한 500종을 하루 빨리 넘길 수 있도록 좀더 힘을 내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연말께 발간된 "근대 수묵 채색화 감상법" (최열글)으로 현재
191종을 맞은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는 민속, 고미술, 불교문화,
음식일반, 건강식품, 즐거운 생활, 건강생활, 한국의 자연, 미술일반 등
9개 분야에 걸쳐 한국문화를 속속들이 안내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고시리즈.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된 이 시리즈는 원색의 사진과
함께 쉽고 간결한 설명을 담아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민속분야는 "짚문화" "소반" "복식" "솟대" "전통 상례" "장승과
벅수" 등 우리 전통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내 각계로부터 절찬을 받았다.

또 고미술은 "한옥의 조형" "문방사우" 등 우리 옛미술, 불교문화는
"불상" "사원건축" "산사의 하루" 등 불교와 연관된 문화전반, 즐거운
생활은 "다도" "서예" "한국 춘란기르기" 등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할
다양한 취미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서 출판계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출판불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하강이 몰고온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실정이지요.

이럴 때일수록 상업성에 의지하지 말고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전문성을 지켜온 출판사들조차 잡다한 영역의 책을 잇달아
펴내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장대표는 대원사의 경우 한국문화 출판의 한 우물을 고집해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빛깔있는 책들"의 고정 독자만 줄잡아 1만명이상이며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재의 책은 1쇄에 3천권씩 7~8쇄를 찍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원사는 지난해 한글창제 5백돌을 맞아 출판계 처음으로 세종문화상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빛깔있는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온 데 대한
격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상은 그동안 성원해준 수많은 독자들과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애써준 필자 여러분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입니다"

한편 장대표는 몇년째 "빛깔있는 책들"의 가격을 권당 3천5백원으로
고집해오면서 어려움이 크지만 독자들의 요구때문에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올해는 보다 많은 독자 확보를 위해 마케팅과 홍보에도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불의의 교통사고를 겪기도 한 장대표는 묵은 것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97년을 시작하고 있다.

"새해에는 조금 느리지만 열심히 걸어가는, 그래서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소의 자세를 마음에 새기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속에서 "빛깔있는 책들"이 소리없는 베스트셀러로,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리즈물로 확고히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되지 않고 언제나 노력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겠지요"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