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영화 부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심의 위헌판결등 지난해의 변수들이 올해 그 효과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영화계 내외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입니다"

한국 영화계 최고의 흥행승부사이자 기업형 감독 1호로 꼽히는
강우석씨(37.시네마서비스대표)는 올해를 "희망봉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로
진단, 또 한번의 강력한 승부수를 준비중이다.

어려울 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해온 그는 자신의
영화인생과 충무로 토착자본및 젊은 제작자들의 미래를 걸고 "모험"을
감행하겠다는 각오다.

그가 세운 전략은 우선 영화산업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전천후시스템의
구축.

"연출과 제작, 배급, 극장업을 한데 묶는 작업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력할 분야는 독자적으로 배급망을 확충하는 일이죠"

95년 충무로의 "안타 제조기 3인방"으로 불리는 김성홍 김의석 감독과
함께 시네마서비스를 설립한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국내영화의
독자적인 배급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곽정환 서울극장대표와 공동으로 강남 논현동 그랑프리극장을 인수하고
발빠른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

"현재의 영화자본은 이윤이 확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발을 빼는
체제입니다.

자본의 영세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시에 한국영화의 독자성을 지켜내기
위해 젊은 제작자들을 규합했습니다.

내가 책임지고 배급해줄테니 소신대로 영화를 만들라고 했죠"

그가 이처럼 배급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것은 기존 배급구조의 난맥상과
대기업시스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지난해 여름 "투캅스2"를 경기지역에 직접 배급하면서 그동안 제작자들이
배급업자들에게 얼마나 당해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단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스트필름의 "초록 물고기" (이창동 감독)를
배급키로 계약한데 이어 앞으로 신씨네, 영화세상, 한맥엔터테인먼트,
박광수필름 등이 만드는 영화도 함께 배급할 예정이다.

물론 감독 본연의 임무도 충실히 할 작정.

그는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코미디영화 "친자확인"도 직접 연출한다.

이 영화는 당초 강감독의 조감독출신인 나홍균씨가 맡기로 돼있었으나
코믹영화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나씨가 강감독에게 미룬 것.

바람둥이 주인공 정하에게 어느날 한 아기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줄거리다.

5월 개봉예정.

"배급망 확충에 전념하면서 "미스터 맘마"의 경험을 살려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그는 현재 촬영중인 김의석 감독의 "홀리데이 인 서울"을 시작으로 올해
5~7편의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화계는 그야말로 영욕이 교차된 해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직은 접어둬야 할 것같습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올해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기보다는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해가 될것입니다.

우리마저 버텨내지 못한다면 충무로는 거대자본에 완전히 잠식되고
맙니다.

영화를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들만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밝힐수 있습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