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은 정축년.

''소띠 해''다.

60간지로는 14번째이며 주역의 괘로는 귀말괘(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에
속한다.

방향은 북북동이며 오행은 화토에 해당한다.

한자로 우는 일반적으로 소를 지칭하며 수소를 특, 암소를 빈, 고,
송아지를 독이라고 한다.

소는 인간의 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구석기시대 후기의 크로마뇽인이 빙하기동안 소의 조상인 오록크를 사냥
해서 먹고 살았던 흔적이 벽화에 남아있을 만큼 예로부터 인간과 가까웠다.

중국과 인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등 고대의 문명국들은 일찍부터 소의
이용법을 알고 있었고 또 이로인해 생활의 터전을 잡고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한우는 유라시아대륙에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우는 수천년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으로 성질은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영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문화에는 특히 소가 많이 등장한다.

우리 생활이 농경문화 중심으로 발달됐기 때문에 농사의 주역인 소는
한식구와 다름없이 취급되어 왔다.

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노동력일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했고
급한 일이 생겼을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소는 또 우직하고 순박하며 여유로운 천성으로 인해 옛지식인들에게 각별한
영물로 인식되었다.

현실적으로 효용성이 높은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의 시문 그림 고사에
자주 등장한다.

소를 탄다는 것은 선조들에게 있어 세사나 권력에 민감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를 부처나 신들이 타고 다니는 사신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정월 첫째 추일을 상추일, 일명 소날이라고 한다.

이날에는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으며 쇠죽에 콩을 넣어 먹이기도 했다.

또 정월 보름날에는 밥 떡을 상에 차려 외양간앞에 놓고 소가 1년내내
사고없기를 기원했다.

관동 관북지방에는 나경의 습속이 있었는데 정월 대보름날 성기가 큰
숫총각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되어 목우나 토우를 몰고
밭을 갈며 풍년을 빌었다.

조선시대에는 농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소를 바쳐 제사를 지내는
선농제가 경칩직후에 열려 제사소를 탕으로 만들어 많은 제관들이 나눠
먹기도 했다.

이것이 선농탕(설렁탕)의 시초라고 한다.

속담에 소는 순박하고 근면하나 미련하고 고집센 동물로 나타난다.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소에게 한말은 안나도 아내에게 한말은
난다" "소는 믿고 살아도 종은 믿고 못산다" "소잡은 터전은 있어도 밤벗긴
자리는 있다" "남의집 금송아지가 내집 송아지만 못하다" 등은 소의 순박
하며 충직한 점을 엿볼 수있는 속담이다.

그러나 "쇠귀에 경읽기" "쇠고집이다" "미친소 날뛰듯"등은 소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

60갑자중 을추 정추 기추 신추 계추등 다섯번 찾아오는 소띠해에서 두번째
소띠격인 정추년에는 세계역사상 변화의 한해였다.

1937년에는 중.일전쟁이 시작됐으며 미루스벨트대통령이 오랜 공황에
못이겨 뉴딜정책을 실시한 것도 정축년이었다.

1517년 정추년에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는 1637년에 삼학사가 청에 잡혀가 죽음을 당했다.

1877 정추년에는 러시아.터키전쟁이 시작됐고 소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근면하고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교적일 것같으면서도 고독한 것이 소띠라고 한다.

대체로 믿음이 있고 남의 말을 잘들어주기는 하나 완고하고 강한 편견을
갖고 있어 좀체로 의견을 굽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둔한 것같으면서도 신나는 일에는 침식을 잊고 해내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것도 소띠들의 공통점이다.

특히 어수선한 시기에 기회가 주어지면 불굴의 의지와 타고난 자신감으로
질서를 회복시킨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무척 싫어한다.

만화영화의 선구자 월트디즈니가 소띠고 리처드 닉슨이 소띠다.

아돌프 히틀러와 마거릿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이밖에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더스틴 호프만등도 소띠해에 태어났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