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과 변화의 미학"

현대 사무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가능한한 비슷한 기능들을 한 공간에 모아 유기적 통일성을 높인다.

서로 다른 기능을 연결하는 동선은 되도록 단순화시켜 공간분할의
효과를 증진시킨다.

업무의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계적 단순화가 가져다주기쉬운 지루함과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벽의 높낮이, 색감 등에 액센트를 줘 변화를 꾀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국실리콘그래픽스 사무실은 이러한
디자인 개념이 도입된 사례중 하나.

1개층 (315평)을 쓰는 이 회사는 좌우측과 전면 등 3면이 작업의 성격에
따라 확연히 구분돼 있다.

전체적인 구도가 " 자"로 돼있어 방문자는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 한눈에
알수 있다.

회의실 교육실 전시실등 회사직원과 방문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은
전체공간의 가운데에 배치시켜 동선을 가장 짧게 만들었다.

전체색상으론 밝은 오렌지색깔이 사용됐다.

환한 분위기를 내는게 적합하며 컴퓨터그래픽이라는 차분한 업무성격에도
어울리는 색깔이다.

그러나 작업공간에는 인디고블루 (짙은 청색)가 사용돼 밋밋함을
탈피했다.

인디고블루는 이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본체 모니터의 색깔로
회사의 아이덴터티를 강렬히 표현하고 있다.

같은 목적으로 리셉션 공간에선 진홍색이 사용돼 액센트를 주고 있다.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또하나의 요소는 격자창.

사무실 중앙부에 있으며 파티션으로 구획지어진 각 실들에는 전면창을
격자창으로 꾸며 시원스럽게 만들었다.

파티션도 일반 사무실보다 높이를 낮춰 답답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직원 휴게실은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인 만큼 쾌적함에
포인트를 뒀다.

나무색으로 은은한 색감을 표현했으며 벽등과 펜던트조명 (늘어뜨린
조명)을 사용해 너무 밝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