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출판계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90년대에 들어 시작된 출판불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된 느낌이다.

이에따라 출판계는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한 자구책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등 어느때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먼저 도서동향을 보면 올 1~11월 발행된 책의 종수와 발행부수는 총
2만3,866종 1억4,724만3,185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행종수에서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협회 집계).

발행종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분야는 순수과학으로 27.7%가 감소한
362종에 그쳤으며 문학분야는 10% 줄었다.

이밖에 아동 (6.3%) 역사 (6.2%) 예술 (1.4%) 철학 (0.4%)분야도
감소했다.

반변 사회과학분야는 발행종수에서 지난해보다 7.2%가 늘어 이채.

이는 인문분야의 기획출판이 성공을 거두면서 상당수 출판사들이
인문교양서적을 잇달아 출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길사의 "로마인 이야기"로 시작된 인문과학서 붐은 "신의 지문"
(까치 간)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한겨레신문사 간) "고고학이야기"
(가서원 간) "광기와 우연의 역사" (자작나무 간)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청년사 간) 등의 판매호조로 이어졌다.

한편 경제.경영서의 경우 리엔지니어링바람으로 시작된 거품이 꺼지면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테디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김영사 간)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 (삼성 간) "신사고이론20" (삶과꿈 간)외에는 "재무제표를
읽으면 기업이 보인다" (새로운제안 간) "돈좀 벌어봅시다" (길벗)
"마피아경영학" (민음사 간) 등이 그마나 체면을 유지했다.

그밖에 실용서로 "뇌내혁명" (사람과책 간) "초학습법" (중앙일보사
간)이 돌풍을 일으켰으며 소설로는 "좀머씨이야기" (열린책들 간)와 최근
베스트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아버지" (문이당 간)가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출판계쪽을 보면 올해의 가장 큰 외풍은 개정저작권법의 발효.

7월1일부터 시행된 저작권법의 핵심은 사후 50년이 안된 작가에
대해서는 무조건 저작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이로인해 학술서와
외국문학서 출판의 쇠퇴가 뚜렷했다.

이와함께 출판계는 올해 현대화된 출판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공중정보통신망을 통해 도서정보 온라인서비스를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출판사와 서점, 독자를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시키는
출판VAN (부가가치통신망) 사업을 위한 한국출판정보통신 (BNK.대표
강경중)이 정식출범했다.

또 출판유통 현대화를 모토로 380여개 출판사 및 서점이 135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한국출판유통주식회사 (대표 윤석금)가 서울출판유통을
합병하고 체제를 정비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것도 주목되는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출판정보통신과 한국출판유통 모두 많은 출판인들의 성원을
업고 출발했음에도 불구, 현재까지 별다른 사업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개별 출판사별로 출판불황을 이기기 위해 전문출판사의 틀을 깨고
다양한 영역의 도서를 함께 출판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으며 이같은 경향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