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동쪽으로 150km정도 떨어진 곳에 후엔카협곡이
있다.

이곳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으며 아래에는
후엔카강의 급류가 유혹하는 곳이다.

이런 지형때문에 이곳은 1년에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스페인
사람들에게 "마의 계곡"으로 통해왔다.

이에따라 이 지방의 의회가 지난 88년부터 대규모 조명공사를 시작했다.

사고도 줄이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91년초에 조명공사가 끝난후 사고는 이전보다 절반이나 줄었으며 절벽의
야경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조명을 자연환경에 잘 접목시킨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이곳을 밝히는데 사용된 기법은 투광조명.

투광조명이란 자연지형이나 건물을 일정 조도로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기법.

이를 채택한 이유는 암벽을 멀리에서 보거나 가까이서 보거나간에
단일조명효과를 내 시각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조명기구가 설치된 곳은 낮은 암벽의 뒷부분.

빛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도록해 신비감이 흐른다.

그리고 도로 가까이에는 산란광선이 설치돼 자동차운전자들이 강한 빛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면 멀리서는 암벽의 웅장함을, 가까이에서는
부드러운 달빛에 암벽이 잠겨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