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3사와 케이블TV 다큐멘터리채널의 역사물이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핵심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특집성이 아닌 정기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인 대형프로그램도 예년에 없이 쏟아져 나와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역사적인 소재를 컴퓨터그래픽 등 첨단기술을 동원,
현실감각에 맞으면서도 당시의 모습이 살아나도록 꾸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끈다.

KBS는 딱딱하게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와 달리 실제장면을 재현한다거나
추리기법을 동원해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정기 프로그램 "역사추리"
(매주 화요일 밤 10시15분)를 방영,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사추리"는 "조선시대 임금의 하루일과는" "허생은 어떻게 떼돈을
벌었나" "김삿갓은 왜 유랑을 떠났나" 등 역사교과서에서 다뤄지지 않는
사실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프로그램.

역사를 색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게 함으로써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 방송모니터회의 "시청자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됐다.

KBS는 또 "10대 문화유산"시리즈작업으로 "황룡사", "백제 22담로의 비밀",
"무녕왕릉" 등을 내보냈으며, 내년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석굴암"을
제작중이다.

MBC는 대형 역사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을 기울여 고려시대의 해상활동을
소개한 "700년전의 약속"을 10일 밤10시에 내보냈다.

10억원의 제작비와 1년반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이 프로그램은 700년전
신안앞바다에 침몰한 중국 해상무역선 신안유물선을 복원, 그때의 바닷길을
따라가면서 취재한 역사다큐멘터리.

신안유물선의 항로로 추정되는 중국 영파에서 출항해 신안을 거쳐, 일본의
후쿠오카, 오사카에 이르는 3,000km의 대장정을 담았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 신안유물선투시도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등 14세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SBS는 지난 9월 문양을 좇아 고구려의 모습을 살핀 "왕도의 비밀"을
6부작으로 방영,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SBS가 3년여의 제작기간을 투입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소설 "왕도의 비밀"
작가 최인호씨가 직접 진행, 이채를 띠었다.

EBS도 역사다큐멘터리 "역사속으로의 여행"(화 밤8시30분)을 꾸준히
방송하고 있다.

케이블TV에서도 역사다큐멘타리는 핵심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CTN(채널 29)은 독도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독도"를 지난 11월8일
밤8시 방영했으며, "가미가제 그리고 아직도 떠도는 영혼"(8월12일) "조선
총독부"(6월25일) 등 시사성있는 역사물을 직접 제작, 방송중이다.

남성우 KBS부주간은 "우리 역사에는 훌륭한 인물이 많으며, 방송소재로
활용할 수있는 자랑스러운 사실들이 많이 있다"면서 "국민의 역사의식제고
차원에서 역사다큐멘터리 방송이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