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된지 23년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숱한 화제속에 21일 씨네하우스 등에서 개봉되는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하지 않는다"는 배급조건 때문에 또 한번 얘기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배급사인 할리우드 클래식이 영화의 예술성을 충실하게 전달하겠다며
"극장 상영용"으로만 배급을 허용했기 때문.

이에따라 국내 수입배급사인 DI영상 (대표 박원덕)은 비디오 판권료를
포기한채 들여왔다.

DI영상 나경환 부장은 "수입가와 부대비용을 합쳐 약 8억원이 투입됐다.

극장 입장료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관객이 30만명은 넘어야 이익이 날
것같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마지막 황제"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감독이
32세때 만든 문제작.

빛과 거울을 매개로 한 실험적인 영상, 이념과 계급에 대한 의식의
전환 등을 파격적인 문법으로 그려 "현대 영화사의 흐름을 바꾼 걸작"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독특한 상징기법은 지금까지도 "교본"으로 여겨질 정도.

이탈리아와 프랑스 자본으로 제작됐으며 73년 개봉돼 뉴욕비평가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표면적인 줄거리는 불륜아내의 자살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중년남자와
결혼을 앞둔 20대여자가 펼치는 익명의 사랑.

아파트를 구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몸을 섞고
남남으로 헤어진다.

아파트에서 다시 만난 여자가 신상을 묻자 남자는 "네 이름을 알고 싶지
않아. 나도 이름이 없어"라며 섹스에 매달린다.

라스트신에서 남자가 총을 맞고 죽어가며 "우리 아이들"을 중얼거리는
대목이나 여자가 "난 저사람을 몰라"라고 외치는 장면 등은 현대 사회의
비극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는 평.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