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서양화가 이중희씨(50)가 5~21일 서울청담동 청화랑(543-1663)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일상적인 색채를 벗어나 강렬한 원색을 사용,담대하고 늠름한 한국인의
기상을 화폭에 담아온 이씨가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은 "단청"
"춤" "만다라" 연작등 40여점.

"그림이란 정신을 드러내는 메신저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유의 사상을 담는
그릇"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이씨는 토속적인 소재와 대담한 구도로
한국의 정신을 담아온 작가.

샤머니즘이나 불교등 전통적인 사상을 소재로 하면서도 서구의 모더니즘도
자연스럽게 수용,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씨의 작품은 또
격정적이면서 능란한 붓놀림으로 신명나는 화면을 창출, 보는이로하여금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단청이나 무신도, 탱화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유화와 투명수채의 중간에
있는 과슈물감을 즐겨 사용하는 그는 붉은색과 초록 노랑 파랑의 색깔을
단순히 형태를 드러내는 데만 사용하지 않는다.

형태의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알수 없는 또다른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고유의 소리도 함께 끌어내고 있다.

이리고 재학중 국전3회 입상이라는 기록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씨는 원광대 미대를 졸업한 뒤 지난 80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동안 국내를 비롯 미국 일본등지에서 70여회의 그룹전및 개인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