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작가 4명이 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경린 서하진 은희경 차현숙씨.

이들은 등단한지 1~2년밖에 안되지만 독특한 감수성으로 소설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와 함께 "90년대후반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바꾼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전경린씨는 최근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를 펴낸뒤 문단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사회의 관습적인 금기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파격성" 때문.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계간 "문학동네" (96 겨울호)를 통해 전경린
소설을 "부정의 정신"과 "욕망의 출구"에서 건져올린 수준작이라고 평했다.

세속적인 결합으로 도달할수 없는 세계를 "일탈된 사랑"의 형식으로
접근했다는 것.

이 작품은 권태에 빠진 30대주부 윤미소가 한 남자의 부탁으로 염소를
돌보고, 검은 우산의 청년을 만나면서 자아에 눈뜨는 내용.

염소를 몰고 비바람치는 아파트단지를 빠져나가는 여인의 모습이 문명과
도덕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일상에 길들여진 관습과 획일적인 타성에 대한 일종의 반란.

윤미소의 행동은 개인적인 정념에서 삶의 자유를 발견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6월 창작집 "책 읽어주는 남자"를 펴낸 서하진씨는 불륜 외도 등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막힌 인물들을 주로 다뤘다.

"책 읽어주는 남자"나 "제부도"에 나타난 불륜은 규범적인 일상의
뒷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우리사회의 자화상을 영상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문체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불안정한 부부관계나 전망없는 현실을 "그림자"라는 이미지로 변화시킨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는 평.

은희경씨와 차현숙씨는 사회적 억압에 대한 여성의 반응을 꼼꼼하게
관찰한다.

지난해 동아일보신춘문예와 올해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에 연거푸 당선된
은씨는 최근 신문연재소설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도경씨에 따르면 은씨는 "작위적이고 허위적인 현실의
표면을 벗겨내는데 탁월한 작가"다.

"이중주"의 주인공 정선과 딸 인혜는 여성들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를 엿보게 한다.

"새의 선물"에는 속임수와 과장으로 가득찬 우리시대의 삶이 연극적인
기법으로 묘사돼 있다.

이를 통해 그는 내면의 상처가 깊을수록 희망에 대한 욕구도 커진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이달초 장편 "블루 버터플라이"를 선보인 차현숙씨는 "사회적 폭력과
공포가 사라진 90년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상실감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주인공들은 갈등을 이기려고 술에 젖고 혹은 자신과의
대화통로로 글을 쓴다.

정신병원에 갇힌 채희가 다시 회생하는 힘도 "내면의 대화"를 통해
나온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날의 시작" "나비, 봄을 만나다" 등에 나오는
나비를 통해 권태로운 일상과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초월적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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