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예쁘고 우아한가"

공주풍 의상이 올 가을 겨울 패션가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화사한 레이스장식, 잔잔하게 주름잡힌 블라우스, 드레스처럼 넓게 퍼지는
풍성한 스커트 등 여성미를 잘 드러내도록 디자인된 옷을 총칭하는 "공주풍"
이라는 단어는 올 가을 패션가의 키워드.

최근 공주풍 유행의 원조는 디자이너 강진영씨의 "오브제".

부드러운 실루엣과 커다란 리본 코사지 허리와 소매의 끈조임 등 여성스런
장식물을 많이 이용한 이곳 옷은 "공들인 표시가 나는 호사스러운 느낌"으로
여성들의 커다란 호응을 받아 95년 최대 히트브랜드로 부상했다.

런칭 2년째인 95년에 매출 100억원을 올렸고 올해에도 목표 210억원을
무난히 달성하리라는 예측이다.

"오브제"가 성공하자 다른 브랜드도 곧 뒤따랐다.

"텔레그라프" "아나 카프리" 등 기존 브랜드들도 공주풍을 강화한 제품을
내놨고 "윈" "아니베 F" "FO9" "오제" "신드롬" "YK 038"도 이에 동참했다.

유행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게 마련인 대형 내셔널 브랜드들도 공주풍을
가미한 옷을 내놨다.

목과 소매둘레의 털 트리밍, 타조깃털 목도리가 그 좋은 예.

패션관계자들은 프랑스와 미국의 유명컬렉션에서 밀리터리룩이 각광받은
올 추동시즌에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공주풍이 인기를 끄는데 대해 "의아하다"
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최근 2~3년 부각된 커리어우먼룩에 대한 반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디테일을 배제한 남성적인 바지정장에 싫증난 여성들이 장식이 많은 옷에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나산패션연구소 김은경 주임은 "일본 커리어우먼시장은 심플한 정장과
여성스럽고 귀여운 의상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우리 패션시장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 기성복에서 공주풍이 유행하는 것은 80년대 중반
(주)이신우의 "영우"가 각광받은데 이어 두번째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주풍 유행은 인터넷 "미나공"(미안해 나 공주야) 선발대회, 방송
에서의 김자옥신드롬에서 나타나듯 여러 매체에서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 관계자는 ""X세대" "미시족" "공주풍" 유행은 패션이 사회현상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