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성덕대왕신종, 국보 29호)은 화엄사상을 조형예술로 구현한
신라인의 독창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위대한 예술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강우방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국립경주박물관 주최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성덕대왕신종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성덕대왕신종의 미술사적위치"를 이같이 주장했다.

강실장은 성덕대왕신종은 불구로서 공예품의 범주에 속하지만 조각적인
면이 강해 공예적요소와 조각적요소가 같은 비중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라말기에 악기관련 기술이 고도로 발달돼 원음을 내기 위한
음관이 고안됐으며 주조기술도 최고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종교적 지혜와 힘차고 아름다운 조형, 최고의 과학기술이 응집돼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하나가 된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양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진용옥 경희대 교수는 "성덕대왕
신종의 음향학적특성"에서 에밀레종의 신비한 종소리는 저주파음의 특성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두 교수에 따르면 에밀레종의 종소리는 컴퓨터분석 결과 낮은 도보다
2옥타브 낮은 저주파음 (64~65헤르츠)에서 비롯됐고, 이 종이 내는 가장
큰 소리는 84데시빌 (공사장 소음정도)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종은 또 하늘로 소리를 전달하는 나팔통모양의 음관 (종의 맨위에
위치한 대나무 모양의 관)과 땅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종각 밑부분의
울림통, 맥놀이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주기)를 길게 유지시켜
주는 몸통부분 등으로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천.지.인 사상을 음향공학적으로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음관은 나팔처럼 출구는 넓고 입구는 좁게 설계돼 비정상적 주파수를
정상으로 바꾸는 동시에 하늘로 향하는 소리의 통로구실을 한다.

울림통은 종소리를 안정된 음향으로 만든뒤 땅속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는 발표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에밀레종에 대한 과학적 성분분석작업이
진행중이며 종합진단의 최종결과는 내년말께 나온다고 밝혔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