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정창섭씨(70)의 6번째 개인전이 5~20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734-6111)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고유의 닥종이를 이용한 작업으로 자연스럽고 격조높은 화면을
창출해온 정씨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은 "묵고" 연작 40여점.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화면에 색깔을 도입하는 등 이전에 볼수 없던
새로운 시도로 우리고유의 색감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낸 점이 특징이다.

새로 사용한 은은한 컬러의 미색과 청록색, 옅은 보라색 계열의
색깔들은 소박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 우리의 심성과 일맥상통하는 점.

여기에 사각형으로 화면을 분할하는 기법을 도입, 현대적인 분위기를
냈다.

정씨의 작업은 한지의 원료인 닥을 물에 푼다음 손으로 건져내
캔버스위에 펼쳐가며 질감을 살려내는 방식.

본래 닥이라는 질료는 투명에 가까운 단색이어서 색채의 대비나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번짐이나 엉김 등의 기법을 통한 일종의 "표면만들기"가 그의
작업방식인 셈이다.

그가 80년대초반부터 시종일관 몰두해온 닥시리즈는 어린시절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추억이 모티브.

어린시절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아침햇살과 창호지에 넣은
코스모스와 국화잎의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민족의 소박한 심성과
연결시키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출생한 정씨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미대 교수로 정년 퇴임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80년 국전초대작가상과 제13회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상을 수상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