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독을 탔다는 고해성사를 듣고도 마시겠냐고 묻는다면.

"프리스트"의 주인공 그렉신부는 "당연하다"고 답한다.

신을 향한 고백은 영원한 비밀이므로.

"프리스트"는 젊은 신부의 고뇌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

영국의 여성감독 안토니아 버드가 만든 이 영화는 동성애와 근친상간,
위선과 계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양면성을 포착해낸다.

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처리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

빈민가 성당에 부임한 그렉(라이너스 로치)은 진보적인 신부 매튜
(톰 윌킨슨)와 함께 생활한다.

매튜는 독신의 계율을 어기고 가정부와 동거하며 형식주의에 반발하는
인물.

여기서 회의를 느낀 그렉은 어느날 사복차림으로 술집에 들렀다가 동성애자
그레이엄을 만나 넘지 못할 선을 넘고 만다.

자가당착에 빠진 그렉.

다음날 그는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에 시달리는 소녀 리사의 고해성사를
듣고 "어린 양"을 구해야 한다는 정의감과 고해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계율 사이에서 또 다시 고뇌한다.

그렉의 괴로움은 리사가 의붓아버지에게 폭행당하는 장면과 자신의
무기력을 탓하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이 교차편집된 대목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방황끝에 그레이엄을 찾아 간 그렉은 급기야 비밀이 탄로나 외딴 곳으로
전출된다.

근신중 매튜의 설득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성체의식때 사제와 신도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차갑게 외면당할 뿐이다.

그러나 오직 한사람, 그렉의 고뇌를 이해하는 리사만이 그에게 다가와
뜨겁게 껴안는다.

그가 지켜주지 못한 "지상의 천사"로부터 가장 큰 위안을 받는 그렉.

그의 눈물은 신과 인간, 사회와 규범의 벽을 넘어 순수한 영혼의 골짜기로
흘러내린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완급을 조절하는 연출력, 진지함과 유머가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26일 단성사 유토아 그랜드 오픈시네마 개봉)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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