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서평위원회
*** 저 자 : 론도 캐머런
*** 역 자 : 이헌대
*** 출판사 : 범문사

경제학의 시장원리는 대학 텍스트시장에도 여지없이 관철되어 왔다.

일반적인 영문 경제학 원론에 비해 경제사와 같이 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분야의 텍스트 출판은 지극히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론도 캐머런의 "간결한 세계경제사"는 실로 수십년만에 맞이하는 총론적인
경제사 교재다.

그러나 수십년의 공백은 수요의 문제만 가지고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

보다 큰 이유는 다양한 경제발전 이론과 실증적 역사연구의 성과들을
통사적으로 한권의 책으로 엮는 것이 매우 부담스런 작업이기 때문이다.

미 경제사 학계의 원로이며 은행및 금융사의 권위자인 캐머런은 이 일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대학 고학년의 유럽경제사나 국제경제사.비교경제사 텍스트로
저술되었지만 역사에 관심있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접근할수 있게
만들어졌다.

본서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서양경제사에 관한 시대별 논의가 균형있게,
그리고 이해할수 있는 수준에서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성과들도 상당부분 반영되고 있다.

독자들이 유념할 점은 캐머런은 기존의 경제사 교육에서 중심 개념을
형성해 온 "자본주의" "중상주의" 그리고 "산업혁명"과 같은 단어들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나아가 이들 개념들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서구 경제사 학계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총 1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서론으로 경제사 연구의 기본 목적과 주요 개념, 그리고 전체를
총괄하는 이론적 바탕을 제시하고 있다.

2~4장은 근대이전 시기에 관한 개괄로 유럽의 고대와 중세 경제, 그리고
유럽이외의 세계에 관해 차례로 서술했다.

5~6장은 유럽 근대전기의 경제적 변화를 인구와 가격동향, 각 산업에서의
기술혁신과 생산성 변화 등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른바 중상주의가 유럽
각국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기술했다.

그리고 10장까지는 18세기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진행된 유럽제국과 미국
일본 등의 공업화 과정이 분석되며 이어 11장에서는 19세기의 국제경제를,
12장에서는 다시 19세기 공업화의 문제로 돌아와 농업과 금융 그리고 국가
역할에 관한 논의를 담았다.

20세기의 세계경제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은 13~16장에 서술되며 특히 초판
(1989년)에서는 논의될수 없었던 사회주의권의 붕괴, 그리고 최근 유럽통합
의 논의가 2판에서 추가되었다.

본서의 단점은 비유럽지역에 관한 서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부제에서 부각되는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라는 범위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20세기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축약되었고 19세기후반 이후의
국제무역과 금융및 투자 등의 문제들에 더많은 지면이 할애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글판은 원문의 내용이 충실히 번역된 동시에 무리없이
읽혀지고 있다.

다만 눈에 띄는 일부 번역상 오류와 색인의 보완작업이 추후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길인성 < 서강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