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영화 사전심의 위헌"판결 이후 영상산업계에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무삭제 등급심의제 도입이 제작사와 외화수입사, 유통망, 극장등
영상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업계간에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것.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국영화 제작과 수출확대에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외화수입사들이나 극장쪽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향후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 영상산업의 후발주자인 현대는 이번 조치를 "기반 다지기"의
호기로 삼는 분위기.

현대계열 금강기획의 김경식부국장(영화사업팀장)은 "한국영화의
자생력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휴회사인 프랑스의 카날 플러쉬를 활용, 합작영화 제작과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현대측의 전략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의 심재부과장도 "표현의 자유에 따른 제작활성화로
영화산업전반의 활기가 기대된다"면서 "공격적 마케팅에 소재확대,
특수기법 등 작품완성도가 뒷받침되면 영업환경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대우영화사업부의 여한구차장은 "제작활성화에 따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영화진흥법
개정을 지켜본 뒤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우는 공연윤리위원회의 마지막 검열에서 삭제지시를 받은
"그들만의 세상"(씨네2000 공동제작)을 부분복원해 19일 개봉할
예정인데 일단 "화제성 흥행특수"가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마케팅전문사 모인그룹의 정태진대표는 "한국영화의 금기영역이
없어졌다는 인식이 해외로 확산돼 수출이 유리해지겠지만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검열철폐로 영화의 수익성이 갑자기 향상되리라는 기대는
현실성이 없다"며 제작사와 극장주의 알력이 심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관련, 씨네2000의 이춘연대표는 "완전한 등급심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성인전용관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극장주들은 문체부의 성인영화전용관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극장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변두리극장들은 이 기회에 아예
성인전용관으로 전환, 고정 관객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다.

제작사와 달리 외화수입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가 외화수입추천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

최근 가톨릭성직자의 동성애장면이 담긴 영국영화 "프리스트"를 들여와
곤욕을 치른 유성필름은 삭제장면을 되살려 개봉키로 했다가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이 회사의 김대성실장은 "관련법규가 정비되면 외화구입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직배사의 경우는 의외로 느긋한 반응.

브에나비스타코리아의 김상일대표는 "수입심의 기준이 강화될 수
있겠지만 이를 거꾸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수입추천심의때 등급을
예시해준다면 2중심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수입한 뒤 등급에서 밀려 상영을 못하는 일은 없게 되고
수입사의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향후 영상산업에 얼마만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사실상 점치기 어렵다.

영화는 극장용뿐만 아니라 비디오 CD롬 게임소프트웨어 캐릭터등
12~15개의 파생상품으로 이어지는 만큼 각종 변수가 작용한다.

따라서 관련분야의 대응전략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로 나타나게
된다.

주요 업체들이 뚜렷한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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