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 : 한경서평위원회
저자 : 호르스트 텔칙
역자 : 엄효현
출판사 : 고려원

무장공비가 침투하고 남한과의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북한의 기막힌
모습을 보아야 하는 한국민에게 가장 부러운 나라는 독일이다.

그것은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이후 분단된 나라를 평화적으로 통일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어떻게 통일에 성공했는가.

이것은 한국민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 질문에 대한 완전한 대답이 "329일-베를린장벽 붕괴에서 독일 통일까지"
라고 할 수 있다.

저자 호르스트 텔칙은 독일 통일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헬무트 콜 총리의
외교안보보좌관이었다.

그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9일부터 독일이 통일된 1990년
10월29일까지 콜 총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독일 통일은 총리실이 주도했다.

통일의 최대장애는 주변 강대국들의 통일반대 여론이었다.

주변국 정상들은 설득하는 일은 콜 총리의 몫이었다.

독일 통일은 또한 콜 총리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대통령이 연주해
낸 2중주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콜 총리 주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독일 통일의
핵심을 푸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텔칙은 통일문제에 관한 한 콜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면서 문제들을
돌파해 나간 브레인었다는 점에서 그의 일기체 기록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된다.

그의 기록은 사실을 극도로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실은 그 어떤 픽션보다도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을 엄격한 객관성으로 기록한 이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몇가지 교훈도 얻게 된다.

그것은 다른 국가적 대사와 마찬가지로 통일을 성공시키는 데는 지도자의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도자의 몸을 던지는 헌신적 노력이 요체가 된다는 점이다.

이밖에 주변국들은 일단 통일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의 통일을 노골적으로 반대한 영국이나 묵시적으로 반대한 프랑스,
그밖에 통일된 독일의 파괴력을 우려한 주변국들을 어떻게 설득했는가는
우리에게 좋은 충고가 된다.

"통일이후에도 독일은 NATO의 지붕아래 남을 것이며, 통합된 유럽속에
들어갈 것"이라는 콜 총리의 일관된 자세는 유럽과 미국을 설득하는데 성공
했다.

콜은 하루동안에 본을 떠나 파리로 가서 미테랑을 만나고 곧바로 워싱턴
으로 가서 부시를 만날 만큼 저돌적으로 난관들을 돌파해 갔다.

마지막 교훈은 북한의 붕괴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비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수용할 수 없다.

서독은 동독의 붕괴라는 상황을 즉시 받아들여 주변국 설득의 외교 노력에
들어갔고, 때마침 경제적 도움이 필요했던 소련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통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번역한 엄효현한국방송개발원장은 20여년간 독일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다.

그의 해박한 독일어실력 덕분으로 우리는 완역된 독일 통일의 증언을 읽을
수 있다.

유자효 < 서울방송 해설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