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에서 국제화를 부르짖고 있는 요즘 교육분야에도 그 바람은
거세게 불어 닥쳤고, 그러한 시류에 맞춰 수많은 학생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미술유학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1910년대 고희동의 일본유학을 필두로 시작된 우리나라 작가들의
미술유학이 우리 미술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평가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인게 사실이다.

어쨌건 여전히 많은 학생 혹은 작가들이 경험축적이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이 땅을 떠나가고 있다.

미국이 1945년 이후 줄곧 서구미술의 흐름을 지배해온 상황에서 자신의
작품세계 형성을 위해서든, 발달된 이론으로의 접근을 위해서든 많은
작가나 학생들의 미국행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최근 부상했거나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미술학교는
대개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California Institute of Arts),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School of Visual Arts), 예일 대학
(Yale University),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Cranbrook Academy
of Arts),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Chigago Art Institute) 등이 있다.

이 학교들은 각각 특성을 가진 비교적 좋은 환경의 학교들이지만
순수미술이냐 디자인이냐 혹은 대학이냐 대학원 과정이냐, 앞으로의
진로 등에 따른 신중한 선택이 예일대학이나 크랜브룩은 실기 작가를
길러내기보다는 미술교육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로드
아일랜드나 아트센터 등은 디자인 쪽이,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나
캘리포니아의 아트 인스티튜트는 대학원 과정이 더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흔히 칼아츠라고 불리어지는 캘리포니아의 아트 인스티튜트는
기존의 전통적인 고급예술 교육 시스템을 배제하고, 아방가르드의
실험정신으로 테크놀러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동시에 독창적인
상상력 개발을 위한 개념적 사고를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장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예술장르를 통합하고자 하는 대안적인 교육시스템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미술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진부한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작가와 학생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과거의 유학이 안고 있던
폐습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유학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학이라는 "타문화에 대한 체험과 이해"로부터 비롯된 "우리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을 통해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함께
키워내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유학의 모습일 것이며, 이러한 바람직한
미술유학의 씨앗들이 모여서 우리 미술문화계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가나미술문화연구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