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넥션"은 40년 한국 현대정치사를 바탕으로 소설적 허구를 가미한,
이를테면 픽션과 논픽션의 혼합체 소설이다.

독특한 소재와 구성기법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뛰어난
상상력과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이 시대의 암울했던 정치 사회 경제계의
뒤안길을 여지없이 파헤치고 있으며, 숨쉴 틈없는 사건 전개로 독자들을
스토리속으로 매몰시켜가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군산부두에서 태풍으로 고아가 된 주인공 천기웅과 대통령을 꿈꾸는 젊은
검사 배동만의 꿈과 야망 그리고 우정, 이들 두 사나이 틈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여인 신은하의 사랑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의 허무한 종말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절대권력자 박정희와 대권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3김, 그리고 이들 틈을
비집고 올라온 전두환과 노태우.

그들의 야심과 비극적 종말이 주인공들의 좌절과 함께 정치란 무엇이며
권력이란 무엇인가, 또 인간은 무엇인가를 생각케한다.

그리고 정치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야망과 좌절은 끝없이 이어지고,
역사의 반추를 통해 좀더 성숙되고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해보자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 소설은 지나간 어두운 정치사의 발자국들을 통렬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원고지 6,000여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이
보여주는 것 처럼 "블랙커넥션"은 작가의 야심작임에 틀림없으며 이 소설의
취재를 위해 국내외의 수없는 여행, 자료동원의 흔적이 눈에 분명히 보인다.

무엇보다 전5권의 방대한 분량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않는 소설적 재미가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대신 말해준다.

정건섭 작 고려원 간

이상우 < 한국추리작가협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