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뒤면 추석.

한복이 어느때보다도 어울리는 명절이다.

최근 한복은 한층 더 옛격식에 맞고 단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금박이나 자수 장식이 사라지거나 최소한으로
줄어든 것.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는 "원래 금박은 궁중의상과 혼례복에나 쓰이던
것으로 친척방문이나 모임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80년대에 잘못 전해져 거의 모든 한복에 요란한 금박이 들어갔으나
전통적인 한복문화가 정착되는 요사이에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는 것.

치마폭이 줄어든 것도 큰 변화.

예전에는 드레스처럼 퍼지는 12폭을 많이 선호했으나 요즘에는 6폭짜리가
기본이다.

분위기는 속옷으로 조절한다.

화사하게 보이려면 페티코트, 다소곳하게 연출하려면 일반 속치마를
입는다.

속옷은 고쟁이와 속곳을 모두 갖추기 어려우므로 속치마 속바지 그리고
가능하면 속적삼 정도만 챙긴다.

전통한복의 가장 큰 특징 한가지는 엄격한 색상 규정.

미혼여성은 꽃분홍치마에 노랑저고리, 갓결혼한 새색시는 다홍치마에
연두저고리, 젊은부인은 감색치마에 흰저고리, 그리고 중장년층은
감색치마에 옥색저고리가 기본색상.

특별한 규칙이 없어진 지금도 가능하면 틀을 지켜주는 것이 좋다.

한복디자이너 허영씨는 "저녁모임에는 치마저고리위에 당의를 덧입어
분위기를 살려보라"고 권한다.

핸드백은 한복의 분위기를 반감시키므로 굳이 필요하다면 끈없는
손지갑을 든다.

아무리 화려한 장소라도 원색은 피하고 연한미색 옥색 꽃분홍 비둘기색
녹두색등 중간톤을 고른다.

외출할 때는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직 춥지 않으므로
반두루마기를 입거나 반으로 접어 팔에 걸친다.

가을철에 적합한 소재는 본견실크와 숙고사(짜임자체에 무늬가 든 실크).

노방은 사계절 두루 사용된다.

어린이옷은 조금만 신경쓰면 격식을 갖춘 화사한 추석빔으로 갖출수 있다.

치마와 바지저고리 위에 여자어린이의 경우 조바위와 당의,
남자어린이에게는 쾌자와 복건을 챙겨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