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틀리다고 연기가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영화나 TV드라마에서도 연극무대에서 익힌 제 연기방식을 고집해온
것이 "개성있다"라고 평가받는 이유같습니다"

영화배우나 탤런트, 연극배우보다 그냥 "배우"로 불리고 싶다는
권해효씨(31)는 요즘 정동극장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24일~10월2일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날 보러와요"의 김형사역을 맡아 연습에 여념이 없는 것.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날 보러와요" (극단 연우무대 김광림
작.연출)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올상반기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한
화제작.

류태호 유연수 등 기존멤버에 권씨를 비롯, 김용만 박광정 이항나씨 등이
가세,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에 도전한다.

권씨가 맡은 김형사는 서울대 영문과 출신의 시인으로 치안본부에서
근무하다 자원해서 일선경찰서에 내려온 엘리뜨형사.

사건해결 도중 벽에 부딪혀 정신적인 공황에 빠지고 순진한 다방
여종업원의 적극적인 구애에 끌리기도 한다.

"사실과 허구가 혼재해 있는 이 연극에서 김형사는 가장 허구적인
인물입니다.

워낙 꽉 짜여진 강한 성격의 인물이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습이 시작되자 평소 덜렁대고 쾌활한 이미지는 간곳 없고
내내 진지하고 심각하다.

연습을 마치고 짐을 챙기는 얼굴에는 약간의 불만족스러움과 피곤함이
배어 있다.

권씨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현재 극단 한양레퍼터리 단원으로
TV와 영화쪽에서도 활약중이다.

얼마전 끝난 KBS드라마 "신고합니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며
이번 공연뒤에는 영화 "고스트맘마"와 "체인지"에 출연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