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의 "녹색보고, 나의 살던 고향은"(수요일 밤12시~12시50분)은
산업화과정에서 들어선 각종 공해시설로 인해 "나의 살던 고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주는 환경프로그램.

생태계의 변화와 그 속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종래의 환경프로그램이 주로 고발 내지 캠페인성격이 강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고발적인 내용도 있지만 아직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장면이나 MC없이 ENG카메라로 촬영한 세가지 아이템의
다큐멘터리필름을 내보낸다.

11일 방영된 아이템은 "현장보고-고리포, 잃어버린 백합조개의 마을",
"사라지는 종을 찾아서-황새", "환경지기 이사람-복사골 콜롬보백".

전체방송시간의 반이상을 차지한 "현장보고..."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드러낸 아이템.

전북 고창군 고리포는 아늑한 항구마을로 백합조개를 비롯한 어패류의
낙원이었으나 영광원전이 인근에 들어선 70년대부터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섭씨36도를 웃돌고 물막이댐의 건설로 조류의 흐름이
바뀌자 더이상 어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

80호이상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50대의 한 가정을 제외하고는
15가구의 노인들만이 개를 키우거나 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카메라는 과거를 회상하며 희망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의 쓸쓸한 심경을
여전히 아름다운 주위풍경과 대비시켜 잡았다.

마을사람들의 터전이던 갯벌에 인근도시에서 소풍나온 아이들이 한가롭게
뛰노는 장면은 묘한 비애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담담하게만 그려 고리포가 이렇게 된
원인과 주민들의 불만이 잘 전달되지 못해 안타까움은 전하되 문제제기에는
실패했다.

영광원전으로 야기된 구체적인 생태계의 변화와 제대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실정을 좀더 리얼하게 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