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46개 기업이 18억원의 기금을 지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월13~21일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문정수)는 우리나라가
창설한 첫 국제영화제로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31개국 171편의
영화가 출품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경쟁영화제지만 신인발굴과 인재육성을 위해 2개부문에 3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2002년부터는 세계적인 경쟁영화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번 영화제의 총예산은 22억원.

이중 기업들이 지원하는 금액은 전체비용의 80%가 넘는 18억2,000여만원.

부산시기탁금 3억원을 제외한 거의 전예산을 기업에서 충당하는 셈.

이번 영화제의 성공을 위해 자금과 물품을 지원하는 업체는 영상산업의
선두주자인 대기업을 비롯 영화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방 중소기업, 금융
수산 식품 건설업체 등으로 참여폭이 매우 넓다.

우선 지난달말 대우개발(대표 정희자)이 3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제일제당(대표 손경식)이 1억원상당의 음료수를 제공키로 했으며
왕년의 인기스타 정윤희씨와 남편 조규영씨(중앙산업 대표)가 1억원,
부산 파라다이스비치호텔(대표 강수창)이 1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부산출신 2세 기업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고려산업(대표 신성수)
자유건설(대표 정범식) 태화쇼핑(대표 김정태) 동성운수(대표 이강태)
동성화학(대표 백정호) 진영수산(대표 최강호) 적고(대표 안영구)
우성식품(대표 최용석)등 8개사가 2억원을 내놨다.

이에 앞서 서울극장및 합동영화사(대표 곽정환)와 전국극장연합회(회장
강대진)가 각각 1억원을 기탁했다.

이밖에 동아수출공사(대표 이우석)와 상업은행(대표 정지태) 부산은행
(대표 이연형) 동국제강(대표 장상돈) 동원개발(대표 장옥만) 반도종합건설
(대표 권홍사) 윤찬미용실(대표 윤찬) 화인건설(대표 이상중) 경동건설
(대표 김재진) 해강(대표 홍보성) 대동(대표 곽인환)이 1,000만~3,000만원,
영남제분(대표 류원기) 국도건설(대표 조영준) 고려종합건설(대표 조변현)
일신설계(대표 이용흠) 남흥건설(대표 문정규) 대동기업(대표 김명옥)
용원레미콘(대표 박풍자) 최민경요리학원(대표 최민경)등이 100만~5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파로마가구(대표 허신)는 이번 영화제의 모든 전시회에
소요되는 가구 3,000만원어치를 제공키로 했다.

또 부산 제일극장을 운영중인 운파장학회(회장 박효건)는
단편.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하는 "와이드 앵글"부문 재정지원
기금으로 800만원을 기탁, 매년 "운파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상할 방침이다.

이같은 업계의 지원은 아직 "뭉칫돈"보다 "십시일반"차원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영화제 관련 모든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행사를 통한 기업 이미지제고와 브랜드 간접홍보뿐만 아니라
경쟁영화제로 전환되는 2002년 이후의 엄청난 파급효과를 겨냥한 기업들의
참여욕구가 그만큼 커질수밖에 없기 때문.

이와 관련, 문정수조직위원장은 "첫행사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업들이
앞장서 지원해줘 든든하다"며 "영화제가 본궤도에 올라서면 민간에 이관할
계획인데 그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