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The Cure : 치료제)는 불치병에 걸린 소년과
친구의 우정을 그린 휴먼드라마.

해맑은 웃음뒤에 감춰진 슬픔의 샘물로 관객을 세번 울리는 영화다.

덱스터는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11세 소년.

친구 에릭은 남몰래 덱스터와 놀아주며 우정을 키운다.

친구를 위해 온갖 약초와 나뭇잎, 독초까지 뜯어주다 혼이 난 그는
특효약 개발소문을 듣고 덱스터와 강을 따라 여행길에 오른다.

기력이 약해진 덱스터는 밤마다 무서워한다.

생명은 우주와도 바꿀수 없는 것.

"난 못돌아올거야.

저 우주밖 어둠속엔 춥고 지루한 밤이 계속되겠지"

에릭은 곁에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기 위해 냄새나는 운동화를 안겨준다.

약을 못구하고 돌아와 입원한 뒤에도 둘은 죽은 척하는 게임에 열중하며
그들만의 행복을 간직한다.

그러다 게임은 현실이 되고.

숨진 덱스터를 두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엄마 린다가 "슬픔을 견디는"
모습은 눈물겹다.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오누이를 보며 울음을 참는 그녀의
어깨뒤로 "깊고 깊은 비애의 강물"이 출렁거린다.

장례식때 에릭이 잠든 친구의 품에 자신의 운동화 한짝을 몰래 안겨주고
돌아서는 대목에서도 가슴은 뜨거워진다.

잠시후 덱스터의 검정구두 한 짝이 없어진 걸 발견하는 엄마.

영화는 에릭이 덱스터의 구두를 강물에 띄워보내는 장면으로 끝난다.

생물학적 치료제 대신 영혼을 치유하는 약을 찾은 에릭.

신인감독 피터 호튼은 두 소년의 우정을 연한 초콜릿 향기로 그려내며
이같은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극적 반전이나 인위적 설정을 절제한 "무기교의 연출"이 신선하다.

전체색조를 초록으로 잡은 것과 강물과 숲의 생명성을 외로움과 죽음의
이미지에 대비시킨 편집, 피아노와 기타의 잔잔한 선율이 어우러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3일 호암아트홀 국도 씨네하우스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