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연극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연극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불좀 꺼주세요"를 3년6개월동안 장기공연한 극단 대학로극장(대표
정재진)이 새로 선보인 "처녀비행"(8월1일~9월29일 대학로극장)이 그것.

"피고지고 피고지고" "불좀 꺼주세요"의 작가 이만희씨가 16년전에
쓴 원작을 신예연출가 김광보씨가 배우 윤현주씨와 함께 윤색해 만든 작품.

극은 가난한 연출가와 작가가 오늘의 연극현실에 대해 티격태격하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연극을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한 두사람은 어렵게 소극장을 마련,
작품을 공연하지만 잇따라 실패한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가미한다며 신파조연극을 만들고 "원시적에너지"
"집단앙상블"이란 슬로건 아래 햄릿을 각색하기도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연극의 본질이 인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한 두사람과 배우들은 인간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의인화된 동물을 등장시키나 돌아온 것은 언론의
비판과 관객의 냉담한 반응, 그리고 자괴감뿐.

두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며 배우들에게 벗기를 강요한다.

배우들의 반발에 두사람은 떠나고 배우들만 남아 방향을 잃어버린 연극에
대해 분노한다.

극 중간의 거리장면은 대학로의 퇴폐적.향락적인 모습, TV화면은
현란하고 자극적인 감각에 익숙해져 가는 세태를 풍자한다.

김광보씨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연극은 전근대적인 산업의 한 장르로
치부되는 느낌"이라며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지키는 연극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희 손병호등 출연.

764-6052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