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워킹"은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진리를 낮은 목소리로
전해주는 영화다.

제목은 형집행장에 입장하는 사형수를 부르는 간수들의 은어.

할리우드의 반골로 불리는 팀 로빈스감독은 사형제도 폐지라는 무거운
주제를 구호가 아니라 설득력있는 보고서형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생명과
선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의 호소력 강한 어법과 배우들의 절제된 내면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

영화는 강간살인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폰슬렛(숀 펜)과 수녀 헬렌
(수잔 서랜든)의 "길고도 짧은 만남"을 그리고 있다.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폰슬렛에게 헬렌수녀는 마지막 생명의 밧줄.

그러나 감독은 헬렌을 "구원의 여신"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설교자가 아닌 "죽음에
이르는 죄"를 범한 한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여인으로 다가온다.

두사람의 관계는 면회실의 두꺼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어긋나다가 마침내
죽음의 안팎을 넘나드는 동반자로 승화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폰슬렛이 관객의 동정심을 살 만하면 그의 살인장면을
화면으로 끌어들여 감상적인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저지한다.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30분간의 사형집행 장면.

최신기법인 독극물주입법으로 사형수를 죽이는 대목과 폰슬렛의 강간살인
장면을 교차편집해 합법적인 살인과 폭력적인 살인의 차이를 보여준다.

더구나 폰슬렛이 집행장인 흰 침대에 눕기 전 가족에게 남긴 최후의 작별
인사, "다시 전화할게요"는 사형제도는 옳은가라는 질문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암시한다.

올해 베를린과 아카데미영화제는 이들에게 각각 남녀주연상을 안겨줘
뛰어난 연기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코아아트홀 동숭씨네마텍 씨네하우스 이화예술 씨네월드 동아극장 상영중)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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