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는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수가 많다.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드라마일수록 더욱 그렇다.

MBC의 "동기간"(박진숙 극본 장수봉 연출)은 가족간의 정겨운 모습을
풀냄새 나는 전원풍경속에 담아냄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름다운
옛생각에 젖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불륜이나 비상식적인 상황을 다룬 드라마가 많은 가운데 보기 드문 건강한
가족극인 셈.

이 드라마는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 동서지간등 전통적인 대가족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개성있는 출연진들의 연기속에 무리없이
담아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역의 이대근이 묵직한 캐릭터를 자랑하며 가부장제사회의
권위있는 위엄을 실감나게 표현하는가 하면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의 전인화가
오랜만에 어머니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영애의 깜짝 변신도 눈에 띄는 대목.

지금까지의 예쁘고 귀여운 신세대의 모습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외도로
생겨나 눈치밥을 먹고 자란 독하고 영악한 성격의 반항아로 나오는 것.

여기에 "아들과 딸", "마당깊은 집"으로 유명한 작가 박진숙과 MBC의
실력파PD 장수봉의 하모니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가족간의 의미가 퇴색하고 진정한 인간관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는 요즈음 "동기간"은 가족사이에 흐르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사랑을 통해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작품성"보다 "흥행성"이 중시되는 때문일까.

"동기간"이 가지는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청률면에서는 뒤쳐져
왔다.

가을 프로그램 개편때까지 방영키로 돼 있던 애초 방침과 달리 다음달에
막을 내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

결국 "시청률경쟁"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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