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상상력은 끝이 없다.

"달과 꼭지" (The Tit and The Moon)는 성의 이미지를 동화적 기법으로
그려낸 스페인영화.

"하몽 하몽"을 만든 비가스 루나 감독의 에로티시즘 3부작중 하나다.

9살 꼬마의 눈에 비친 사랑의 의미를 탐색한 이 작품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찬 한편의 서정시를 연상시킨다.

제목에 담긴 여성의 이미지가 밑그림을 이루면서 그 위로 무수한 은유의
색채들이 넘나든다.

이야기는 무대위의 원형상자가 열리면서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중년남편 모리스 (제랄드 드몽)와 천막쇼를 공연하는 에스트렐리타
(마틸다 메이).

곧이어 스페인의 전통놀이인 인간탑쌓기 장면이 펼쳐진다.

9살짜리 떼떼 (비엘 두란)는 아버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꼭대기
부근에서 떨어지고 만다.

인생의 첫관문으로 암시되는 이 게임에서 실패한 떼떼는 동생의
탄생으로 엄마의 젖까지 빼앗겨 소외감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예쁜 가슴을 지닌 에스트렐리타는 완벽한 미의 화신.

그러나 그는 동네청년 미겔 (미겔 포베이)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이때부터 영화는 한 여인을 상대로 한 세가지 사랑의 색깔로 채색된다.

개구리를 선물하는 꼬마와 밤낮없이 세레나데를 부르는 청년, 눈물로
사랑을 지키는 남편의 삼각구도.

여기에 달 바다 젖의 이미지와 길쭉한 바게트빵 뾰족한 탑등의 메타포가
겹쳐진다.

세대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낸 등장인물도 감독의 계산된 설정이다.

남편인 모리스가 지신의 나이를 한탄하며 바닷가에서 바게트빵을
모래에 파묻는 장면은 "밀려나는 세대"의 쓸쓸함을 보여준다.

젖먹이의 꿈에서 벗어난 떼떼가 다시 인간탑쌓기 대회에 출전한뒤
"난 결국 성공했다.

달까지도 갈수 있다"며 새로운 세계로 상승하는 대목은 사랑에 대한
화해와 "아프면서 크는" 성숙의 의미를 읽게 한다.

에스트렐리타가 원형상자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도 절묘한
수미상관법.

( 29일 코아아트홀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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