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 미제라블"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SBS의 수목드라마스페셜 "도둑"(함윤극본 고흥식연출)이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목회활동을 위해 86년 방송을 떠났던 문오장목사가 주인공
장형조(장발장)역을 맡아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빵을 훔친 주인공이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세상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속에서도 프란체스코신부의 도움을 계기로 새 삶을
찾아간다는 "레 미제라블"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다뤘다.

이 드라마는 시대와 장소가 다른 외국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첫드라마치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문오장 김학철 정유석등 주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잘 짜여진
극적 구성이 뒷받침됐기 때문.

단역에 그쳤지만 드라마 초반 중량감있는 연기를 보여준 중견탤런트 신구와
나문희의 역할도 극의 사실성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브라운관에 첫선을 보인 신인들의 연기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연극무대와의 작별을 선언하고 영화 TV에만 전념할 것을 선언한
김학철은 평생 장형조의 뒤를 쫓는 냉혹한 형사 박재석 역을 훌륭하게
소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밖에 SBS 6기 탤런트중 주인공으로 첫캐스팅돼 시선을 모았던 김경미
역시 형조와 승우사이에서 갈등하는 착한 여자 은영역으로 데뷔, 스타후보
로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승우를 짝사랑하다 대신 목숨을 잃은 순애역의 서혜린도 돋보이는 조연
역할을 야무지게 해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재미라는 측면에서 다소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

마치 한편의 진지한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문오장 김학철등 주인공들의 대사중 자연스럽지 못하고 과장되고 껄끄러운
부분이 눈에 띈 것도 그 때문으로 여겨졌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