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분야 원로학자인 박병주홍익대 명예교수(71)가 전국 53개도시의
개발실상을 스케치화와 함께 담아낸 화문집 "한국의 도시"(열화당간)를
펴냈다.

90년1월부터 95년3월까지 월간 "국토와 건설"(현국토와교통)에 연재한
"박병주교수의 도시스케치기행"을 재정리,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

"사람마다 얼굴과 개성이 다르듯 도시도 저마다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개성을 지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들은 지난 30년동안 급격히 진행된 근대화과정에서의
무계획한 건축과 시가화로 인해 개성은 고사하고 경관마저 볼품 없어졌어요"

이 책을 통해 우리 도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박교수는
이를 위해 한 도시에 한달가량 머물면서 곳곳을 스케치하는 한편 그 도시의
실상과 개발계획을 꼼꼼하게 취재했다고 전한다.

이책은 따라서 각각 독립된 52개의 도시이야기 속에 박교수가 직접 그린
총 325점의 수채화와 각 도시의 역사적 기원, 형성과정, 현재의 모습,
앞으로의 개발방향등을 담고 있다.

박교수는 도시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도시경관을 스케치한 시점을 표시한
도표를 제시, 책속의 스케치들이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도시계획전문가가
작성한 도시경관 보고서임을 보여 주려 했다고 말했다.

"건물은 서야할 장소에 제대로 들어서야 합니다.

잘못 세워진 건물은 훗날 골칫거리로 남아 더큰 비용을 요구하게 됩니다"

도시미관을 고려치 않은 무분별한 건축이나 개발은 결국 생활환경을 파괴할
뿐이라는 박교수는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고 도시
계획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시계획 수립의 첫째기준은 "자연과의 조화"가 되어야 한다는 박교수는
"이책이 도시의 매력을 부각시켜 시민과 행정가 모두 힘을 모아 아름다운
도시 개발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릴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그동안 간간이 그림수업을 받으며 풍경화
를 그려 왔다는 박교수는 "도시경관의 특징을 세밀히 표현할 수 있도록
펜화로 스케치한 후 채색하거나 일부는 수묵화기법을 사용했다"고 얘기했다.

일본 고베공업고등전문학교와 한양대공대를 졸업한 박교수는 홍익대에
도시계획학과를 창설한 주역으로 홍익대공대학장및 동대학원장, 국토개발
연구원이사장등을 역임했다.

"한국도시개발계획론" "도시계획"등의 저서를 냈으며, 두차례 스케치전을
갖기도 했다.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