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미니시리즈 "1.5"(이관희 연출 박정화 극본)는 MBC가 "드라마왕국
재건"이라는 야심찬 계획아래 내놓은 작품이다.

LA흑인폭동사건 한장면 촬영을 위해 수천만원을 들인 점이나 정우성 심은하
손지창 신현준등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한 것만 봐도 MBC가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수 있다.

하지만 의욕이 지나친 탓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극 초반의 스피디한 전개와 탄탄한 구성이 희석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메리칸드림이 아닌 코리안드림을 찾아 미국에서 조국으로 돌아온 이민
1.5세대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자기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그린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였다.

아울러 입양아들의 뿌리찾기, 혼혈아의 인권문제등 사회성 짙은 주제들도
함께 다룬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체16부작중 8부작까지 소화한 지금 이러한 기획의도가 프로그램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말썽만 피우는 석현(손지창분)을 보다 못한 아버지(박인환분)가 군대에
보내버리겠다고 하자 어머니(김형자분)가 창에서 뛰어내려 병원신세를
지는 모습이라든지 한국에 돌아온 철부지 석현에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며
구애작전을 펼치는 여대생 소라의 웃지못할 행태는 차라리 한편의 시트콤을
만들면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 혜경(심은하분)을 사이에 두고 주위를 맴도는 장욱(정우성분)과 진호
(신현준분)의 모습은 전형적인 멜러물의 삼각관계를 연상시킨다.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끌려온 석현과 진호가 우연히 만나는 것이나
가수지망생인 유진(김소연분)이 신인가수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만한 흥미있는 사건들의 나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초 기획의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아쉽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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