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를 놓고 왈가왈부 하지만 지금의 가격하락은 일시적인
공급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메가및 4메가D램의 가격하락이 16메가 D램이상의 고집적 메모리칩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반도체산업이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품질및
가격경쟁력이 있는만큼 극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강진구 회장이 73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래 20여년동안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일군 역정을 담은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고려원 간)을 펴내 화제다.

올해 고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한 모습의 강회장은 책을
펴낸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이건희 회장께서 40년가까이 전자산업 관련분야에 몸담아온 경험을
정리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 경험이 좋든 나쁘든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지요"

강회장은 총9장으로 구성된 회고록에서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남보다 먼저 뛰자" "찬스는 잡아야 한다" "반도체를 시작하라" "참다운
기업가.경영자가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등을 통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있게한 위기와 기회의 순간순간을 차분한 어조로 풀어냈다.

지금도 가능한한 많은 책을 접하려 한다는 강회장은 근래 읽은 책가운데
"21세기 준비" (폴 케네디저) "인공자원대국 일본" (가르쯔 하지메저)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인공자원대국 일본"은 일본경제가 갖는 힘의 근원을 자본재산업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책입니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제일을 자랑하지만 매년
1,000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무역흑자는 튼튼한 자본재산업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기초산업이 취약해 원화가치가 조금만
상승해도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우리의 경우와 확연히 구분됩니다"

강회장은 또 정보기술, 또는 정보산업(Information Technology)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설계에서부터 원자재조달, 조립, 판매에 이르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의
모든 사이클을 컴퓨터가 통합관리하는 CIM(컴퓨터통합생산)시스템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미 일부 선진기업이 도입한데서 알수 있듯이 다가올 2000년대에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회장은 또 조직의 책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하루 1시간이라도
자기분야의 기초지식을 착실히 닦으라고 조언했다.

강회장은 57년 서울대공대를 졸업한 뒤 AFKN KBS TBC(동양방송) 등을
거쳐 73년 삼성전자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삼성전관 삼성전기 삼성정밀
(현삼성항공)사장을 역임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