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면목이 서고 직업을 묻는 사람들에게도 좀더 떳떳하게
소설가라고 말할수 있어 기뻐요.

제 소설이 문학적 논의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는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제2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김이소씨(40)의
소감이다.

수상작 "거울보는 여자"는 여상졸업후 의상실 판매사원으로 근무하는
"나"가 설악산에 가던중 문화평론가인 "그"를 만나 별 생각없이 잠자리를
같이하고 서울로 돌아온 뒤 그의 오피스텔에서 동거하다 헤어지는
내용이다.

"너무나 흔하고 통속적인 스토리지만 뭔가 "새롭고 다르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서로 필연성이 없어 보이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거기에서 겹쳐 드러나는
갈등의 이미지를 끌어내려 했죠"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여자와 이른바 부자지식인인 남자가 만난 즉시
자고 동거하다 이별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감정과 언어의 절제가 뛰어나며, 동일한 행위의 반복이라는 일상성의
형질을 구조화하고 비판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쾌한 문장과 중간중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거울에 비친 몸",
남녀의 신음소리, 발자국소리 등은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직조하는 작가의 역량을 전하는 대목.

여주인공의 내면을 노출시키지 않고 행동이나 정황묘사로 암시하면서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한겹씩 벗겨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김씨는 프랑스 리모주대에서 불문학박사학위를 받고 90년에 귀국,
대학에 출강하면서 95년 여름 장편 "칼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한 신인.

"새로운 기법과 내용의 조화를 계속 추구하겠다"는 그는 "작품을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에서 출간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