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 교육부 장관 >

"간디자서전"의 부제는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이다.

그의 글에서 드러나듯이 간디의 일생은 진리를 찾기 위한 계속적인 실험
으로 점철되며 그 때문에 그의 생애는 한마디로 구도자의 길이다.

그의 사상이 갖는 종교적인 깊이도 여기서 비롯된다.

진리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이 사회적 이상으로 승화되고 그것이 인도인의
"스와라지"(자치)를 위한 항쟁으로 표현된다.

그의 글속에는 한 올의 자만도, 거짓 권위의 그림자도, 또 도에 넘치는
확신도 없다.

거기에는 진리를 찾아 나선 자의 고독과 거듭되는 자기성찰이 있을 뿐이다.

그는 영국에 유학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한후 귀국, 뭄바이에서 개업을
하였으나 천성적인 수줍음때문에 변론에 실패하고 만다.

제 밥벌이와 연관해서는 그토록 소극적이었던 그가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들이 겪는 처절한 아픔을 체험한후 그들을 돕는 일에 불퇴전의
용기를 가지고 뛰어든다.

큰 뜻을 위한 위대한 변신인 것이다.

한달을 돕기로 했던 것이 끝내는 일생을 거기에 던져 버린다.

간디철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아힘사"(비폭력)의 바탕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그것은 남에게 상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외에 애정, 동정,
자비, 관용, 고통의 나눔, 자기희생등의 적극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따라서 간디철학의 실천적 힘은 사랑을 통한 상대방의 개심에서 웅변적으로
표현된다.

민주에 대한 봉사와 헌신으로 이어지는 삶속에서 간디는 무서운 절제와
자기희생을 거듭한다.

채식주의 독신주의 단식 비소유등 자기와의 초인적인 싸움이 계속된다.

이것도 그는 진리체험으로 이해한다.

금세기에 우뚝 솟은 정치지도자이면서 그에게서 조금도 세속적인 정치가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바로 그의 이러한 고행의 모습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아름다운 글을 탐하는 편인데 간디의 뜻을 담은 거짓없는 맑은 글,
담백한 서술을 대하니 정작 미문이 별게 아니구나 싶어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