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서양화가 민정기씨(47)가 24일~5월11일 관훈동 가람화랑(732-6170)과
24~30일 서울인사동 인사갤러리(735-2655)에서 4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민씨는 서울대회화과를 졸업한 뒤 80년대 민중미술그룹인 "현실과 발언"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던 작가.

88년이후 홀연히 모습을 감춘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동녘골에 은거하다
92년 주변의 풍광을 과장없이 담아낸 풍경화전 "양근을 그리다"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민중작가에서 풍경화가로 변신한 뒤 4년만에 다시 갖는 이번 전시회의
부제는 "양근에서 오대산으로".양근이란 자신이 칩거하고 있는 양평의
옛지명이다.

출품작은 "겨울소나무" "퉁방산" "봄, 뚝버들"등 양평에서 오대산까지
산과 계곡을 직접 답사하며 스케치한 100~500호짜리 대작 20여점과 판화
4점등 30여점.

작품들은 모두 실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풍경화에 머물지 않고 가는
곳마다 유래와 설화 전설을 함께 엮어 재구성해낸 역작들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오래 두고 볼수록 실경산수와는 또다른 감흥을
갖게 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자연주의적 풍경화나 풍속화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이 미술평론가 심광현씨의 평.

출품작가운데 특히 162cm x 230cm 크기의 "오대산 오대도"는 그림이라기
보다는 입체에 가까운 작품.

오대산의 풍수지리를 작품속에 담아낸 것으로 종이찰흙으로 부조를 떠
전시장 중앙에 별도로 설치했다.

이밖에 1.6m x 5.3m규모의 "팔봉산도"는 산의 전경을 8점의 그림에
담아 연결한 연작으로 1년이상 작업끝에 완성한 대작이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