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기업과 문학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26일 경주.울산.포항에서 개최중인 "기업문화
창달과 문학의 역할" 세미나는 기업과 문학인이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25일 세미나에서는 문학평론가 윤병로 교수 (성균관대)의 주제발표에
이어 소설가 천금성 평론가 신동한씨, 김이환 아남그룹 전무
심인 전경련 이사의 토론이 이뤄졌다.

참가자는 시인 노향림 소설가 이문구 안혜숙씨 등 문인과 기업인
50여명.

윤병로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80년대 중반부터 기업과 문화예술의
만남이 본격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마지 못해 참여하는 기업들이 많고
문인들도 그저 수혜적인 인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그러나 "이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에서
탈피, 기업은 문화예술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하고 문화예술은
기업의 성숙도 제고를 위해 기여하는 상호보완적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늘릴수록 해당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와
공신력이 높아지고 이는 자사제품의 판매신장과 생산성 제고, 우수인재
확보 등으로 연결돼 일석삼조의 효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우리나라 기업과 문학의 협력관계가 85년 문예진흥후원회
창립에서 시작돼 89년 한국기업문화협의회 발족, 94년 한국기업메세나
협의회 출범으로 이어져 최근에는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가운데 기업메세나협의회는 기업과 예술의 단발적 짝짓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효율적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발전돼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문화상품이 급격히 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가 제품의 양보다
질, 기능성보다 디자인과 감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 산업도
문화예술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

그는 또 문인들의 자세와 관련, "글쓰는 사람들은 돈버는 재주가 없으니
돈 잘버는 기업인들이 문인단체의 재정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문인들도 기업에 도움을 줄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문학이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주고 받아야 하며, 문인들이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필요로
할 때도 기업쪽에 활용가치를 제공하는 이른바 "호혜의 원칙"이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경주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