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김학철(38)이 17년간 잔뼈가 굵은 연극무대를 뒤로 하고
TV.영화 등 영상매체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등을 같이 하는 배우들도 더러 있지만 제 경우엔
이 부문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임했기 때문에 연극무대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계획입니다"

그의 데뷔작은 17일부터 방영된 SBS의 새 수목드라마 "도둑" (운군일
기획 고흥식 연출).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미제라블"을 각색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일생동안 주인공 형조 (장발장-문오장분)의 뒤를 쫓는 냉혹한 형사
재석 (자베르경감)역을 맡았다.

"부모라도 죄를 지었으면 법정에 세울 정도로 법과 정의에 관한한
피눈물도 없는 인물이지요.

다소 비정한 성격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원리.원칙보다 탈법이 판을
치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배역입니다"

그는 오늘부터 개봉에 들어가는 영화 "본투킬"에서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염사장역을 맡아 악역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편.

"선이 굵은 제대로 된 악역을 맡고 싶었습니다.

주위에서도 생긴대로 연기하는게 어울린다는 얘기를 종종 하죠".

인상 때문에 불심 검문을 당하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라는 그는
얼굴이 알려져 좀 유명해져야 그런 일도 없어질 것같다며 선하게
웃어보였다.

김씨는 공중파 시청자들에겐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연극계에선 알아주는
정통 연기파 배우.

"자전거(83년)" "아프리카(84년)" "비닐 하우스" "불의 가면"
"불지른 남자" 등 출연 작품만도 50여편을 헤아리며 91년에는 "청부"로
동아연극상 최연소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올해 제3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대상을 차지한 극단유의 창립공연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는 연산의 심복 임숭재역을 열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