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조끼를".

2~3년간 꾸준한 인기속에 멋내기아이템으로 정착된 조끼가 올부터는
아예 봄여름정장의 필수품으로 등장했다.

조끼가 여름양복에까지 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여름용소재의
출현.

올여름정장의 주된 소재는 모. 실크(93대7), 모. 마직(93대7) 또는
레이온. 폴리에스터. 나일론(45대45대10) 혼방제품.

100%모직의 경우에도 "쿨울" "섬머울" 등 여름용을 사용하게 되므로
조끼를 곁들여도 덥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가지는 지난해부터 부쩍 더해진 다단추재킷의 인기.

남성정장의 경우 3단추는 기본이고 4개, 많으면 6개짜리까지 나와 있다.

단추 수가 많을수록 재킷을 여미지 않게 되고 그럴수록 조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

명동 롯데백화점 캠브리지멤버스매장의 이진희씨는 "작년만 해도 춘하복에
조끼를 곁들인 디자인은 40%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베스트를 갖추지 않은 정장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조끼 유행에는 연령구분도 없다고.

20~30대뿐만 아니라 50대이상 남성도 정장구입시 조끼를 빠뜨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나산 "트루젠" 디자인실의 이정옥 주임은 "키가 172cm이하일 경우 V존이
좁고 전체 실루엣이 일자가 되는 다단추재킷과 조끼의 조합이 어울린다"고
말한다.

조끼의 유행은 재킷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여름재킷에도 뒷판의 2/3선까지는 안감이 들어있었으나 조끼가
필수품으로 등장한 요즘은 안감이 자취를 감췄다.

조끼와 많은 단추로 인해 재킷의 전체디자인이 갈수록 단순화되고 있는
것도 주목사항.

주머니뚜껑이 사라진 것은 그 대표적 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