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푸조자동차 생산라인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무거운 물건일수록 가벼운 색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육중한 기계들에 밝은 색깔을 입혀 무겁고 침체되기 쉬운 작업장 분위기를
가볍고 명랑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하고 이를 작업능률 향상으로 연결시키고
있었거든요"

(주)포름디자인의 이종복 대표(53)가 밝히는 인테리어디자인의 매력이자
힘이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업계가 도약기를 맞았던 80년대 중반 포름디자인을
설립한 그는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중견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최고경영자
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85년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인테리어디자인에 관한한 문외한에 가까운 행정가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작업 전반을 꿰맞추려하는 수가 많아 수없이 싸웠습니다.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마감재료만 갖고 작업을 평가하는 것등이 대표적인
예죠"

기능, 즉 동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그는 최근 들어 개방공간
(Open Space)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좁은 공간을 단순히 넓게 보이도록 하던 종래의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구획(Partition)의 개념 자체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그는 또 어떻게 하면 사각형으로 정형화된 공간을 부드럽게 보이도록
할 것인가를 놓고 끝없이 고민한다.

"개방공간 개념이 적용된 사례로 서울광화문의 종합유선방송협회 사무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방송고유의 특성을 고려, 벽을 세우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콘크리트벽 대신 유리벽을 설치해 훨씬 개방적으로 보이도록 했죠"

인테리어디자인에서 그만이 보여주는 또다른 특징은 색채다.

미대 출신답게 사무실의 한쪽벽과 소파를 보라색으로 처리하는 등 색채
사용에서 과감성을 보인다.

권위적인 사회분위기가 컬러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며 색채에 대해 보다
열린사고를 갖는다면 훨씬 다양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생활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9~10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작업중인 한국통신홍보관 프로젝트를 통해
사각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 구성과 다양한 색채 사용 등 전혀 색다른
방식의 실내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뚜렷한 이목구비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이대표는 66년 서울대 응용
미술과를 졸업한뒤 서른셋의 늦은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 국립장식미술학교
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하면서 이 분야에 몸담았다.

85년 국립중앙박물관 인테리어를 담당한 그는 곧바로 포름디자인을 설립,
한국통신 외환은행 대한항공 등의 사무 및 전시공간과 인하대부속병원,
종합유선방송협회와 민속씨름위원회 사무실 등을 디자인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