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항공산업의 경우 경제발전단계나 규모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대신 성숙기에 진입한 자동차.전자산업에 비해 잠재력이 큽니다.

미래 3대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항공산업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업계와
일반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한국항공대 허희영교수(경영학과)가 항공산업의 동향과 항공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등 을 분석한 "세계 항공기산업의 도전과
응전-보잉.에어버스"(길벗간)를 펴냈다.

허교수는 총5장으로 구성된 이책에서 항공기산업의 특징, 구조와 함께
항공기산업의 경제학, 보잉과 에어버스를 통해 본 세계의 흐름,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살폈다.

"항공기산업은 한나라의 기술수준을 재는 대표적인 시스템산업입니다.

자동차부품이 2만개인데 반해 항공기에는 20만개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 국가의 모든 산업과 관련을 갖게 되지요"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항공산업의 전체규모는 이스라엘의 9분의1, 브라질의
5분의1, 대만의 4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허교수는 이를 국내항공산업이 그동안 독자적인 항공기모델 개발작업없이
보잉등 선진항공사의 하청공장으로서 항공기의 부품생산및 조립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중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중형항공기개발이 추진되면서
95년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KCDC)이 출범한 것은 국내 항공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만합니다.

자본력이 앞선 국내기업과 기초과학이 뛰어난 중국이 결합된 이
국책사업이 제궤도에 오르면 항공산업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현재 중형항공기 최종조립장 위치를 놓고 교착상태에 놓인 사실과
관련, 허교수는 프랑스등이 에어버스사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만
10년을 투자한 예를 들며 시간과 여유를 갖고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교수는 항공산업의 출발점에서 초래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과열경쟁을 우려했다.

항공산업의 경우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력이 바탕이 돼야하는
만큼 과열경쟁에 따른 소모전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술서적을 제외하고 항공산업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책 등 기초자료가
전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는 허교수는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체
종사자뿐 아니라 항공산업 관련정책을 담당해야 할 정부관계자가 이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책은 특히 현재 합작사업으로 추진중인 중형항공기 개발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본보기로서 유럽연합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한 에어버스사의 설립배경과 성장과정, 보잉사의 창업과 발전과정,
생산시스템 등을 상세히 조명하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