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곽수씨 (46)가 3~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734-0458)
에서 첫 국내전을 갖는다.

곽씨는 부산 출신으로 경남여고를 졸업한후 도미, 텍사스주 세인트
토머스대 미술학과와 시카고대 대학원을 나온 뒤 뉴욕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빛을 주제로 밝음의 이미지가 주는 상징성에 대해
일관되게 탐구해온 그는 그동안 뉴욕 워싱턴 등 미국 각지의 화랑에서
여러차례 초대전을 가져 호평을 받았다.

출품작은 "갈라진 빛" (Divided Light) 연작 30여점.

89년 부터 빛를 제재로 한 작업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내적인 빛"
"빛의 길" "거울과 빛" 등 빛과 관련된 일련의 시리즈를 발표해왔다.

"빛은 자연현상의 근원이면서 희망과 평화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빛을 회화적으로 승화시켜 보려는 데서 제 작품의 실마리를
찾게 됐지요"

한줄기 빛을 통해 진실된 삶의 모습과 인생의 참된 지표를 제시하며
독특한 예술세계를 창출하고자 한다는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도 그림의 밑바탕에 깔린 이미지에는 고향산천의 모습과 어릴적
기억들이 내재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고들
해요.

실제로 어릴적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부산 남천동 광안리 앞바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구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갈라진 빛" 시리즈에서는 찢어진 성경책의
책장을 그림속에 파묻어 빛이 지닌 양면성을 표현한 점이 특징.

선과 악, 쾌락과 고통 등 상반된 개념들을 찢어진 성경책을 콜라주기법
으로 처리해 형상화한 독특한 이미지의 작품들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