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시대에 종이와 붓의 의미는 무엇일까.

활자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시점에도 두루마리편지의 추억을 되살릴수
있는 문방사우는 정겹기만 하다.

20일부터 서울 경복궁내 한국전통공예미술관(관장 이신철)에서
열리고 있는 "문방사우기획전"은 인간문화재와 전승공예가들의 한지와
붓 벼루 먹 등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수 있는 좋은 기회로 눈길을
끌고 있다.

4월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붓장 권영진, 벼루장 김진한,
필통의 장송모 국양문씨 등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과 전승공예대전
수상자들이 직접 만든 문방사우가 출품됐다.

전시작은 문방사우와 필통 붓꽂이 경상 서류함등 400여종.

공예미술관내 12공방에서는 전승공예가 문상호씨의 붓 제작과정과
전승공예가 장용훈씨의 전통한지 제작기법을 직접 보면서 물품을 구입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붓방에서는 지금까지 문헌에서만 보던 죽필(1년생 시누대를
털처럼 가늘게 쪼개어 만든 붓)과 고필(찰볏짚을 이용한 전통붓)
갈필(칡넝쿨로 만든 붓)등 희귀붓의 재현과정을 보여주고 계모필도
공개한다.

가격은 천차만별.

850원짜리 색한지에서 900만원짜리 옥석 문방사우 세트까지 다양하다.

중간상이 없으므로 시중가보다 30~45%까지 싸다.

붓의 경우 인물화의 가는 선을 그릴때 쓰는 면상이 2,000~4,000원,
초필 5,000원,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 1만~1만5,000원, 죽필 고필
갈필(이상 문상호작)이 각각 13만원에 팔리고 있다.

전통한지는 사군자용 서화지(장용훈작)가 2,600원, 두방 1,000~1,900원,
고려지 2,000~1만3,000원, 소지 1,200원등.벼루는 2만~8만원선의 조각품
(최홍진작)부터 700만원짜리 어룡도연(고광용작)까지 30여종이 나와 있다.

어락 금석교등 먹과 도자로 만든 필통(한일상작 2만원) 12간지연적
(김종호작 4만원) 사군자지통(유선영작 16만원) 금속제 벽걸이(이종길작
4만원) 대나무붓통(조운창작 5만원) 종이필통(상기호작 1만2,000원)등도
인기품목.

전시 첫날 들른 주부 이주연씨(37)는 "지난번 "설날맞이 전통생활
그릇전"에서 산 물건이 마음에 들어 또 왔다"며 "서예교실에서 쓸 붓과
한지를 고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전9~오후5시. 매주 화요일 휴관. 전화주문도 가능하다.

734-0131~2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