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국제정치경제학이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정치와 경제현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국제정치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하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윤영관 서울대교수(외교학과)가 국제정치경제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현재
국제정치경제의 흐름을 분석한 연구서 "전환기 국제정치경제와 한국"
(민음사간)을 펴냈다.

윤교수는 이책에서 "국제체제와 세계자본주의의 변화" "패권국 쇠퇴의
경제적 메커니즘" "일본식 자본주의: 변화하고 있는가" "전환기 국제정치
경제와 한국"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국제정치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분석했다.

"80년대 세계경제의 주요 현안중 하나로 제3세계 부채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국내인플레 해소를 위해 통화긴축정책을 실시하자 국제금리가 올라
갔고 자연히 채무국의 이자부담이 높아졌습니다.

이는 채무국의 정부보조금 축소로 이어져 결국 정국불안이라는 아주
정치적인 현안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지구촌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정치고 경제영역인지, 혹은
어디까지가 국내고 국제문제인지를 구분할 수 없으며, 설령 구분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게 윤교수의 지적이다.

세계 패권국의 쇠퇴 또한 경제메커니즘으로 분석한 윤교수는 "지금까지
세계패권 흐름에 대한 분석은 주로 정치적.군사적 측면에 맞춰져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미의 예를 통해 패권의 쇠퇴가 해외투자의 급진전에 따른
국내산업의 공동화에 기인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18세기말부터의 영국, 1960년이후의 미국상황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패권의 쇠퇴로 이어짐을 드러냅니다"라고 말했다.

윤교수는 따라서 우리도 해외투자의 증대가 국내 생산성의 하락으로 직결
되지 않도록 국내외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위한 투자여건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또한가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통일문제.

"흔히 동.서독의 통일을 하나의 모델로 얘기하지만 서독의 정치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독은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통일후에 그
체제를 동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지만 우리의 경제체제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이처럼 사회 모든 분야의 현안이 정치와 경제의 융합상태로 나타나는 만큼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시각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윤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거쳐 87년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SAI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뒤 캘리포니아대(U C Davis)
정치학과교수를 지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