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얼마나 큰 힘인가.

고향잃은 사람들의 영혼을 쓰다듬는 향수는 그래서 아름답다.

그곳에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구원의 출구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노스탤지아"는 구원에 이르는 마음의
행로를 담고 있다.

위대한 영상시인의 감수성이 섬세한 촉수처럼 살아 움직인다.

예술적 자유를 찾아 서방으로 망명한 뒤 향수병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그의 운명을 예시한듯한 작품.

영화는 안개 자욱한 새벽들판으로 목가적인 러시아 민요가 흐르면서
시작된다.

서서히 잠을 깨는 대지. 호숫가에 흰 말이 서 있고 풀밭사이 길을 따라
차가 한대 와 멎는다.

러시아시인 고르차코프 (올레그 얀코프스키)와 통역을 맡은 이탈리아
여인.

고르차코프는 18세기 이탈리아로 유학온 노예출신 작곡가의 생애를
더듬던 중 온천마을에서 빵모자를 눌러 쓴 도메니코를 만난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돼야 하며 동시에 두곳에서 불을
밝히면 구원이 이뤄진다고 믿는 인물.

시간이 흐르면서 교감을 느낀 그는 고르차코프에게 "불의 의식"을
부탁하고 마침내 "본래의 생명으로 돌아가자"며 아우렐리우스 동상위로
올라가 분신 자살한다.

이에 고르차코프는 온천마을로 달려가 그가 남긴 초에 불을 붙인다.

말라붙은 호수를 가로질러 촛불을 두손으로 감싸안고 옮기는 그의
노력은 구원에 이르는 여정을 상징한다.

몇번의 실패끝에 성공한 촛불의식은 영혼의 안식처이자 경계없는 화해의
공간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감독은 안개와 물, 불과 빛의 대비로 탁월한 영상미학을 창조해냈다.

물은 어머니이자 고향인 대지에의 향수, 불은 희생과 초월을 반영한다.

빛의 각도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가 숭고한 영혼의 풍경화를 심도있게
담고 있다.

러시아 민요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반복사용한 것도 주제를
떠받치는 중심 요소.

( 동숭씨네마텍 상영중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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