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일변도인 설 극장가에 "잘익은" 한국영화 2편이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창업투자사가 참여해 화제를 모은 "은행나무침대"와
7명의 감독이 만든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가 17일 동시
개봉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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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소재와 기법의 새로운 시도로 기획단계부터 주목 받았던 영화다.

신인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침대"가 천년 세월을 뛰어넘는 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준다면, 내로라 하는 중견감독들의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는 신세대식 인스턴트 사랑을 전한다.


"은행나무침대"는 신인 감독 작품으로 믿기 어려울만큼 구성이 탄탄하다.

깊이도 갖춰 감동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신화적 상상력을 첨단과학과 접목시킨 연출기량이나 액자소설 형식으로
펼쳐가는 서술방식, 천년전 얘기를 현대 감각에 맞게 다듬어낸 손맵시도
놀랍다.

화가인 수현(한석규)은 외과의사 선영(심혜진)과 달콤한 나날을 보내다
꿈에서 본 은행나무침대를 사들인뒤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한 여인이 나타나 위기에서 구해준다.

이 기묘한 상황을 헤쳐가던 그는 마침내 천년전의 비밀과 만난다.

궁중악사였던 그가 미단공주(진희경)와 연정을 나누다 질투의 화신인
황장군(신현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으며 공주의 영혼이 은행나무침대로
환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암수가 다른 은행나무는 애틋한 사랑의 화신.

이때부터 영화는 영겁을 오가는 사랑의 서사시로 바뀐다.

제작사인 신씨네의 컴퓨터그래픽스팀이 비장의 무기로 동원한 컴퓨터
합성기법은 "구미호"이후 우리영화의 괄목할만한 발전상을 보여준다.

미단공주의 영혼이 수현의 몸을 통과하는 "블루스크린합성법"과
황장군이 벽속에서 불거져나오는 "몰핑기법", 궁중 배경에 쓰인
"매트 페인팅" 등이 그 예.

다소 미진한 부분은 개봉후에도 보완, 해외 진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신씨네의 방침.

제작비 20억원의 절반씩을 투자한 일신창투와 장은창투는 "첫모험"이
성공적이라며 즐거운 표정.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는 술로 망한 집안내력 때문에
맥주외에는 마시지 못하는 조나단 (한재석)이 일곱 여자를 차례로 만나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는 섹스코미디.

감독 7명이 15분씩 맡아 릴레이로 제작한 시퀀스영화.

7명의 여배우를 신인으로 기용, 분위기가 산뜻하다.

에피소드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세태풍자와 신세대식 사랑의
발랄함이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프롤로그의 코믹터치와 제6화, 에필로그의 반전 등이 돋보인다.

유명감독들이 겉치레를 벗고 "재미"를 위해 뭉친 용기가 신선하다는
반응과 너무 가볍다는 평가가 반반.

그래도 신인 발굴면에서는 수확이 컸다는게 중평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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