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 서울대교수/경제학 >

어느 기업의 관리자든 한번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 된다면 회사를 이렇게 경영할 것이라고.
아니면 회사의 관리자로서 어디 소설같은 경영학책이 없는가를 찾게 될
것이다.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재미도 있으면서 공부도 되고, 어떤때는 이야기에
감동되어 혼자서 눈물도 흘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이다.

얼마전에 읽은 "Father, Son & Co."(토머스 왓슨2세저)는 바로 이런 요건을
갖춘 책이다.

저자는 창립 40년만에 세계적인 기업이 된 IBM의 기반을 닦은 아버지의
경영이야기와 함께 고등학교때까지 엄청난 말썽꾸러기에 불과했던 자신이
최고경영자로 변신해 오늘날의 IBM을 만들게 된 과정을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적고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아버지 토머스 왓슨1세로부터 사원들을 아끼고 그들을
감동시키는 방법을 배웠고 컴퓨터처럼 급속히 발전하는 기업여건 속에서
이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책을 보면 IBM은 초기부터 헤어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1920년후반 기계식 계산기를 무수히 많이 만들어 놓고 미국경제의 대공황
때문에 파산직전까지 가는 모습이나, IBM이 기계식계산기를 만들고 있을때
펜실베이니아대교수들이 컴퓨터를 최초로 만들어 IBM의 제품들을 하루아침
에 구식기계로 전락시킨 경우 등이 그 예다.

이 경우 보통의 회사들은 그냥 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IBM의 창의적 경영이 회사를 다시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난관을 뚫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모습을 소설같이 쓰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로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이책을 통해
자기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거나 조감해볼 수 있을 것이다.

"Father, Son & Co."는 최근 국내에서 "IBM, 창업자와 후계자"(유철준역)
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