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폴락 감독의 "사브리나"는 여성의 자아회복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롱아일랜드의 저택에 일벌레인 형 라이너스 (해리슨 포드)와 사업
따위엔 관심없는 플레이보이 데이빗 (그렉 키니어) 형제가 산다.

사브리나 (줄리아 오몬드)는 이 집안에서 수십년동안 운전기사로
일해온 페어차일드의 딸.

그녀는 어릴때부터 데이빗을 연모하지만 데이빗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파리로 일자리를 얻어 떠나기 전날, 그녀는 데이빗의 방앞에서 사랑을
고백하지만 방안의 사람이 라이너스라는 걸 알고 기겁한다.

파리에 도착한 그녀는 패션잡지 "보그"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에
눈뜬다.

2년후 그녀는 패션모델같은 멋진 숙녀로 변신, 고향으로 돌아온다.

데이빗은 재벌의 딸인 의사 엘리자벳과 결혼을 약속한 상태.

라이너스는 이 결혼을 이용해 10달러 규모의 기업합병을 추진중이다.

길에서 사브리나를 만난 데이빗은 첫눈에 반해 그녀를 파티에 초대하고
형은 이들의 관계를 막기 위해 자신이 끼여든다.

사브리나는 첫사랑 데이빗과 라이너스 사이에서 흔들린다.

이 영화는 54년 빌리 와일더 감독이 만든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

전작이 오드리 헵번, 험프리 보가트, 위리엄 홀덴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사브리나와 라이너스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54년작에서 헵번은 요리학교에 갔지만 오몬드는 보그에 취직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묘미는 이런 차이점에 있지 않다.

사브리나는 한 여성의 자아회복, 라이너스는 잃어버린 삶의 좌표를
찾아가는 남자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운전사의 인생철학도 눈에 띈다.

사브리나의 아버지는 귀동냥으로 들은 주식투자법을 활용, 200만달러를
소문없이 모아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세 인물의 이미지를 한 구도에 담아낸 원격 촬영기법도 돋보인다.

( 3일 명보 / 반포 / 한일 / 신영 / 롯데 / 동아극장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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